[여의도풍향계] '32년 악연' 이해찬·김종인…시작은 협치 강조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, 두 거대 여야를 이끄는 수장들은 32년간 질긴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.<br /><br />정치적 갈림길마다 마주친 이들의 인연, 혹은 악연을 이준흠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봅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지난주, 이해찬, 김종인 두 사람의 만남이 화제였습니다.<br /><br />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첫 회동이었는데요.<br /><br />서로 웃는 낯으로 만났지만,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.<br /><br />4년 전에는 민주당 비대위를 이끌었던 김종인 위원장, 이번에는 옷을 갈아입고 통합당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했습니다.<br /><br /> "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거든요. 이번에 찾아오니까 기분이 상당히 참 이상한데…"<br /><br />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서로를 추켜세우면서도 원 구성 협상 등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 "중요한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까 좀 새로운 모습을…더군다나 여러 경험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기존과는 많이 다른, 저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."<br /><br /> "이 대표께서 7선의, 의회에 가장 관록이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가지고 빨리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해주십시오."<br /><br />이 두 거물급 정치인은 악연으로 불릴 만큼 질긴 인연으로 유명한데요.<br /><br />두 사람의 첫 만남,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.<br /><br />36살 운동권 스타이자 정치 신인 이해찬.<br /><br />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의 손자이자, 집권 여당의 재선 의원 48살 김종인.<br /><br />두 사람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,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었습니다.<br /><br />김종인 위원장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보였지만, 예상을 깨고 이해찬 대표가 31.1%를 득표해 27.1%에 그친 김종인 위원장을 꺾었습니다.<br /><br />7선 의원에 장관, 총리, 당 대표까지, 대통령 빼고 안 해본 게 없는 정치인 이해찬이 첫발을 떼는 순간이었습니다.<br /><br />비례대표로만 5선 고지에 오른 김 위원장의 처음이자 마지막 지역구 도전이 정치 신인에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.<br /><br />이후 서로 다른 정치의 길로 향한 두 사람은 4년 전인 20대 총선 직전 다시 만났습니다.<br /><br />서로 합을 겨룬 맞수였지만,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한배에 탄 입장이 됐습니다.<br /><br />총선을 약 석 달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권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넘겼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당 분당 사태로 흔들리던 당 수습을 위해 구원 투수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.<br /><br />하지만 1988년 선거 때 앙금이 남은 걸까요.<br /><br />김종인 위원장은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위해 새로운 후보 띄우기에 나섰고, 급기야 친노 좌장인 이해찬 대표를 공천에서 떨어뜨렸습니다.<br /><br />단단히 뿔이 난 이해찬 대표,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하기에 이릅니다.<br /><br /> "도덕성이나 경쟁력이나 의정활동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무적 판단이라는,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에…"<br /><br /> "그런 이유를 나한테 물어보지 말아요. 정무적 판단을 어떻게 내가 언론에 대고 이야기를 해요.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거지."<br /><br />하지만 김종인 위원장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일은, 이해찬 대표가 무소속으로 당선돼 살아 돌아왔다는 것입니다.<br /><br />'셀프 공천'으로 노욕을 부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결국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을 느꼈다며 당을 떠났고,<br /><br />그로부터 1년 반 뒤,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되며 둘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.<br /><br />이후 김종인 위원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당을 바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결과는 이해찬 대표의 압승, 이대로 두 사람의 질긴 인연도 막을 내리는 듯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통합당이 총선 패배 수습의 적임자로 다시 한번 김종인 위원장을 선택했습니다.<br /><br />두 사람은 돌고 돌아 이번에는 당 대표 자격으로 마주하게 됐습니다.<br /><br />이제 막 상견례를 마쳤을 뿐이긴 하지만,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.<br /><br />김종인 위원장은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힘을 보태겠다고 했습니다.<br /><br />당·정·청이 추진 중인 3차 추경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협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.<br /><br /> "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이 되가지고서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게 정부의 노력에 저희도 적극 협력할 테니까…"<br /><br />총선 승리 이후 초거대 여당의 '오만 경계령'을 내린 이해찬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야당과의 소통입니다.<br /><br /> "기본적인 법은 지켜가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, 그렇게 해나가면 불필요한 (과정은)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거든요."<br /><br />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싸고 여야가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지만, 21대 국회 초석을 다지는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두 사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각각 오는 8월, 내년 4월 임기를 끝으로 두 사람은 정치 최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입니다.<br /><br />수십 년의 질긴 악연은 묻어 두고, 여야를 새로운 협치의 연으로 이끌 두 대표의 리더십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 (humi@yna.co.kr)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